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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1-1

화면에는 긴 탁자가 놓여 있는 방을 비추고, 노이즈가 낀 음성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이건만... 자리에 없는 사람들이 많군요."
"그 놈의 가족놀이..."
"운명을 함께 하는 저희들은 가족이라고 몇 번이나 말씀 드렸을텐데요."
"네에~ 네에~ 황제 나으리~"
"예.. 그런데 ▒▒의 모습이 안 보이네요."
"선배라면 지금 바빠요."
"후우.. 또 괜한 일을 벌이고 있나요. 그 아이는 머리가 좋지만 제멋대로라서 탈이에요."
"뭐야. ▒▒, 없는 거야? 그럼 갈래."
"선배가 없으니 회의도 개판이네요. 그럼 저도 바빠서 이만 나가겠습니다."
"원래부터 음성으로만 참여한 히키코모리 자식이."
"누구랑 달리 제 1초는 금과 같다고요."

탁자에는 총 11명의 사람이 앉아 있다. 상석을 비워두고 왼쪽에는 검은 정장을 반듯하게 차려 입은 남자가, 한 자리를 건너 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색으로 치장한 사람, 눈에 띄는 문신을 한 여자, 탁자에 턱을 괴고 있는 아름다운 청년. 그리고 자리에 놓여있는 태블릿.

"오늘도 선생님은 늦으시네요."
"또 무슨 사건에 휘말리신 거겠죠."
"그보다 들어보세요. 이번 의뢰에 사용할 설계도인데.."

사람 좋은 미소를 띤 정치가, 지적으로 보이는 여성, 점프슈트를 입고 머리를 높게 묶은 소년.

"템페스트, 당신의 밀실 트릭을 이 멍청이들에게 백 날 설명해봤자 아무도 알아듣지 못 한답니다."
"........"
"너무하시네요! 제가 멍청한 건 사실이지만...!"

".........."

초로의 노인, 이 자리에 관심 없다는 얼굴로 나이프를 가지고 노는 소녀, 짙은 분장을 한 삐에로. 무리와 어울리지 않는 경찰 제복을 입고 있는 여성.

어떠한 공통점도 없이 물과 기름마냥 둥둥 분리된 그들을 휘젓거라도 한 듯, 보통 사람이라면 신경 쓰지 않을 구두굽이 울리는 소리에 모두가 상석 건너편의 문을 바라본다.

"늦어서 죄송해요. 중간에 강도 사건을 해결했는데 또 소매치기를 당해서 그만... 요즘 세상은 정말이지 기이할 정도로 범죄율이 높다니까요."

"하하, 이런.. 또 말이 길어졌네요. 그럼 만찬을 시작할까요."

화면 안의 인물이 잔을 들자 화면 밖에서도 투명한 액체가 든 유리컵을 맞대고 건배한다.

"이슈타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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