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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1

 검은 벨벳 케이스를 열자 안에는 둥근 보석이 하나 들어 있었다. 선명한 붉은빛이 언뜻 보기엔 루비와 비슷하고 크기 때문에 마치 잘 만들어진 유리 공예품처럼 보일 정도였다.

훔쳐달라고 부탁한 장본인이 하기엔 어이없는 생각일지 몰라도, 지금까지 인어의 눈물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자신에게는 이것이 정말로 맞는지 한눈에 확신하긴 어려운 문제였다. 상대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런 의심에 불을 지필만도 하지만.

"굉장한 보석이네요. 그 유명한 호프 다이아몬드보다 더.. 아니.. 현존하는 레드 다이아몬드 자체가 많지 않으니. 이것이 세상에 나온다면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겠죠. 좋은 의미로든, 안 좋은 의미로든."

그런데도 마주 앉은 사람의 눈빛은 한치의 틈이 없었다. 아주 작은 바늘구멍만한 의심도 허용하지 않는 태도였다. 이 순간만큼은 46캐럿의 레드 다이아몬드의 존재보다 이 사람의 존재가 더 기묘하게 느껴졌다.

이 보석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보통 탐욕에 미쳐버리거나, 혹은 허무맹랑한 얘기로 치부하거나.. 자신의 아버지와 오빠는 전자였고 어머니는 후자였다.만약 인어의 눈물의 진실을 10년만 더 일찍 알았다면 자신 또한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게 분명하다.

그런 물건을 그녀는 작은 가게에서 신기한 사탕을 발견한 마냥 집어서 구경하고는 다시 원래 위치로 돌려놓았을 뿐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욕심도, 필요 이상의 조심성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보수 얘기지만.. 정말로 지금 가져가지 않는 것인가요?"

"네, 물론이죠. 레드 다이아몬드야 똑같은 것이 있지만.. 레드 다이아몬드를 숨긴 인형은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이겠죠."

"상당히 특이한 분이군요..."

​"그런 말 자주 들어요. 어쩌면 이 제물이 마음에 들어, 정말로 신이 깃들지도 모르잖아요. 그것을 확인할 가능성이 아주아주 약간이라도 있다면 제겐 훨씬 가치 있는 일이에요."

그녀는 잠시 아와지 인형관의 팜플렛을 들여다본 후에 말을 이었다.

"흠.. 그래도 보수는 제대로 받아야하니. 이 보석이 세상에 다시 나왔을 때.. 그 때 가져가도 될까요?"

고개를 끄덕이자 상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떠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 3년 후에 뵙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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