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Case 2.5

 세상이란 어째서 이렇게 시시한 걸까. 그건 분명 내가 남들보다 지나치게 뛰어나기 때문이 틀림 없다.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나는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토끼처럼 죽을 때까지 낮잠을 자도 다른 인간들은 내 발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걸 안다.

동기와 열정도 없이 단물을 보고 꼬여드는 날파리조차 내쫓을 의욕 없는 삶이란.. 시체와 뭐가 다른가. 그럼에도 먹고 입고 자야 하는 신체적 불편에 의해,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돈으로 입에 풀칠하기 위해, 나는 내 능력을 살려 아주 약간 편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와.. 티시포네, 이거 보세요. 모니터가 22대나 있어요."

"잠깐! 그거 만지지 마!"​

​제지하고 싶어도 팔을 움직일 때마다 밧줄이 살을 파고 들었다. 정말이지 농담이 아니다. 진짜로. 마치 심문 당하는 범죄자처럼 의자에 딱 붙어서 묶인 채로 옆에는 번득거리는 나이프를 든 소녀가 허튼 짓 하면 금방이라도 내 손바닥에 성흔을 남겨줄 것 같았다. 고스로리를 입은 소녀가 군용 나이프에, 코드네임은 티시포네? 어딘가의 재패니즈 아니메도 아니고.

"저희도 보안에서는 나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대단한 범죄 조직이라면서 별 거 없더만."

​"아, 예.. 그렇죠?"

​솔직히 이 때만큼은 자신의 입방정을 탓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죽는 건 상관없지만 죽을 만한 고통은 싫다. 하지만 천재란 늘 생각과 말을 멈출 수 없는 존재인 것을..

"흠.. 그럼 본론부터 말해서~ 당신이 저희 계좌에서 가로채 간 8만 달러말인데요..."

"이슈타르라면서.. 고작 8만 달러 가로채갔다고..!"

​"네, 네. 8만 달러야 얼마나 한다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뺏겼다는 거라서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게 저희들의 방식 아니겠나요?"

여자는 그 때까지 들고 있던 검은 수트 케이스 세 개를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테이블이 흔들렸다. 총? 칼? 중국의 고문 기술을 당하는 건가?

"여기.. 80만 달러가 있습니다. 당신이 가져간 것까지 해서.. 88만 달러."

​"이걸로 당신을 사게 해주세요. 물론, 정말로 들어오신다면 이 정도 돈이야 아무 것도 아닐 거예요."

"허.. 돈으로 날 살 수 있을 거 같아?"

​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