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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5-1

눈을 뜨면 낯선 천장이었다.
그러나 모르는 천장은 아니었다. 흰 벽과 흰 천장, 점적이 떨어지는 소리. 불연속적인 기억 사이에서 자신이 오랜 시간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심박수를 재는 단조로운 기계음이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손을 뻗어 너스콜을 누르고 싶었으나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팔다리 뿐만 아니라 온몸이 나무토막 같았다. 어디에도 묶이지 않았음에도 속박되어 있는 기분이란 뭐라고 말해야 할까. 잠시 무의미한 시도를 멈추고 천장의 틈새를 눈으로만 따라가다보면 오르내리는 호흡기와 함께 머릿속에서 기억이 부표처럼 둥둥 떠다닌다.
토모, 육체란 그저 그릇에 불과하고 우리는 모두 갇혀있는 것 같아. 언젠가 그렇게 얘기했던 이가 있었다. 이렇게 꼼짝도 못 하는 신세가 되고 나니 그 말이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신은 우주와도 같았으나 살점으로 나뉘어진 경계는 너무 좁아서. 그와 나는 같은 곳에 있어도 전혀 다른 세계에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맞잡은 손은 늘 차가웠고 피가 통하는 가족조차 아무 의미를 가지지 않았다면. 여상하게 웃던 얼굴로 내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을 수 있던 이유도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머리에 구멍이 나고도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자신의 팔다리로 걸어가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우리가 정반대에 있다면 해야 할 일은 명백했기에..

다시 한 번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 하나에 집중하면. 접히고 펴지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감각이 새삼스러웠다. 다행히 버튼은 가까웠고 고작 30cm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른 것 하나로 어떤 성취감을 느꼈다.

이런 감정을 느껴본 건 탐정 사무소를 세웠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던가.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는 건물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기도하고 동시에 아주 약간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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